정치
'49년 철옹성 무너진다' 방첩사, 역사의 뒤안길로
지난 2025년 12월 3일 발생했던 비상계엄 사태 당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국군방첩사령부가 결국 해체 수순을 밟게 되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군 내부의 감시자와 통제자 역할을 해왔던 방첩사는 이번 조치로 인해 창설 49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는 8일 서울 용산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첩사령부의 완전한 해체와 기능 분산을 골자로 하는 권고안을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권고안은 군 정보기관의 정치 개입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비대해진 권한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홍현익 분과위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방첩사가 보유했던 안보수사, 방첩정보, 보안감사 등 핵심 기능들이 각각 별도의 기관으로 쪼개져 이관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방첩사의 가장 강력한 권한 중 하나였던 안보수사 기능은 정보와 수사 권한의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사경찰 조직인 국방부조사본부로 넘어가게 된다. 수사와 정보 수집이 한곳에서 이루어지며 발생했던 인권 침해와 월권행위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방첩 정보와 보안 감사 기능을 분리해 신설되는 국방부 직할 기관들로 분산 배치한다는 점이다. 방첩 및 방산, 대테러 관련 정보 활동을 전담할 가칭 국방안보정보원과 신원 조사 및 보안 감사를 담당할 가칭 중앙보안감사단이 새롭게 창설된다. 특히 국방안보정보원의 경우 문민통제의 원칙에 따라 수장을 군인이 아닌 군무원 등 민간 인력으로 임명하도록 권고했다. 이는 군 정보기관이 군령권이나 군정권에 종속되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다.
그동안 방첩사가 군 내부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근거였던 인사첩보 수집, 세평 작성, 동향조사 등의 기능은 이번 해체와 함께 전면 폐지된다. 과거 보안사령부 시절부터 이어져 온 민간인 및 군인에 대한 사찰 논란의 뿌리를 완전히 뽑아내겠다는 전략이다. 자문위는 이러한 기능들이 군의 전문성을 저해하고 군내 정치화를 부추겼다고 판단했다.
방첩사의 전신인 국군보안사령부는 1977년 육·해·공군의 방첩부대를 통합하며 출범했다. 이후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방첩사는 군 통수권자의 눈과 귀 역할을 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하지만 지난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무장 병력을 투입하고,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기 위한 전담팀을 운영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해체 여론이 급물살을 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부터 군 정보기관의 전면적인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대통령 취임 이후 국정기획위원회는 방첩사의 폐지와 기능 분산을 권고했고, 이번 자문위의 발표는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라고 볼 수 있다.
자문위는 조직 해체에 그치지 않고 신설 기관들에 대한 강력한 내·외부 통제 장치도 마련했다. 내부적으로는 국방부 내에 국장급 기구인 가칭 정보보안정책관을 신설해 정보 기관들의 업무를 상시 지휘하고 통제할 예정이다. 또한 각 기관의 감찰 책임자를 외부 인력으로 채워 독립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외부 통제 방안으로는 국방안보정보원의 활동 지침을 국회에 보고하고 정기적인 업무 보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준법감찰위원회 설치 역시 기관의 폭주를 막는 안전장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보안감사단의 역할도 대폭 축소된다. 기존에는 군 전체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감사 권한을 가졌으나, 앞으로는 육·해·공군 본부와 작전사급 이상 부대로 대상을 한정한다. 군단급 이하 부대에 대한 보안 감사는 각 군으로 이관해 권력의 집중을 막는다. 또한 장성급 인사에 대한 검증 지원 역시 기초 자료 수집에만 국한하며 국방부 감사관실의 엄격한 통제를 받게 된다.
방첩사 해체 이후 우려되는 안보 공백에 대해서는 안보수사협의체를 구성해 대응하기로 했다. 수사, 정보, 감사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국가 안보에 위해가 되는 사안에는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국방부는 이번 자문위의 권고안을 전적으로 수용해 연내에 모든 개편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관련 법령과 제도를 정비하고 부대 계획을 수립하는 등 단계적 추진을 통해 군의 정보 및 보안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가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결별하고 진정한 의미의 민주적 군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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