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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근시’라면 당장 안과로…당신도 모르는 사이 시력 도둑이 찾아온다

 실명을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노인성 안질환으로 알려진 황반변성이 최근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무섭게 확산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황반변성으로 병원을 찾은 20~30대 환자 수는 2020년 2,046명에서 2024년 6,247명으로 불과 4년 만에 3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노화가 주된 원인으로 꼽혔지만, 젊은 환자들의 증가는 ‘고도근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더 이상 황반변성이 특정 연령층에 국한된 질환이 아님을 시사하며, 젊은 세대의 눈 건강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젊은 층에서 황반변성이 급증하는 배경에는 현대인의 생활 습관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청소년기부터 스마트폰, PC, 태블릿 등 각종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이 급격히 늘고, 실외 활동보다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근시 유병률 자체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에 디지털 화면을 1시간 더 볼수록 근시 발생 확률이 약 2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시가 심해지면 안구가 앞뒤로 길어지는 변형이 일어나는데, 이 과정에서 망막 중심부인 황반이 얇아지고 구조적인 변화를 겪으며 퇴행성 변화나 치명적인 신생혈관을 유발하는 ‘근시성 황반변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즉, 디지털 시대가 낳은 근시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가 젊은 황반변성 환자 급증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젊은 환자들이 초기 증상을 심각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방치한다는 점이다. 황반변성이 발생하면 시력이 떨어지거나, 사물이 물결치듯 휘어 보이는 변형시, 시야 중심이 까맣게 가려지는 중심암점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젊은 층은 이를 단순히 근시로 인한 일시적인 시야 흐림이나 피로감으로 착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쪽 눈에만 먼저 발병할 경우, 반대쪽 정상인 눈이 시력을 보완해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해 증상 자각이 더욱 늦어진다. 이처럼 진단과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면 망막에 영구적인 흉터나 위축이 남아 시력 회복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눈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고도근시를 앓고 있다면 황반변성 발병 위험이 훨씬 높으므로,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주기적으로 안저검사나 망막단층촬영(OCT)을 받아 조기에 질환을 발견하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다행히 근시성 황반변성은 노인성 황반변성에 비해 병변이 작고 치료 반응이 좋은 편이라, 조기에 발견하면 비교적 적은 횟수의 주사 치료만으로도 상태를 안정시키고 시력을 보존할 가능성이 높다. 젊다는 이유로 자신의 눈 건강을 과신하지 말고, 적극적인 예방과 관리에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