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해자 7명 울린 1억 1천만원…'배우의 꿈' 호소한 20대 보이스피싱범의 반전 결말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하여 1억 원이 넘는 거액을 가로챈 20대 남성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법적,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서울동부지법은 최근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5)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작년 7월,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책으로 활동하며 단기간에 7명의 피해자로부터 총 1억 1천여만 원에 달하는 돈을 받아 조직에 전달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피해자들에게 저금리 서민 대출이나 대환 대출을 미끼로 접근해 현금을 건네받은 뒤, 이를 테더 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으로 환전하여 조직의 계좌로 송금하는 등 치밀한 범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그가 범죄에 가담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변호인은 A씨가 병역을 마치고 연예 기획사 오디션에 합격한 배우 지망생이었으며, 사회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단순 고액 아르바이트인 줄로만 알고 범행에 연루되었다고 변론했다. 특히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들은 자신이 어떤 범죄에 관여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하며, A씨 역시 자신이 범죄 조직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일을 시작했을 뿐이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는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하며, 그가 조직의 하수인에 불과한 또 다른 피해자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검찰의 시각은 정반대였다. 검찰은 A씨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보수를 약속받고, 현금을 받아 가상자산으로 바꾸는 등 일반적인 아르바이트와는 명백히 다른 업무 내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이를 통해 보이스피싱 범죄일 수 있다는 의심을 하면서도 고액의 수입을 위해 이를 외면한 '미필적 고의'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A씨의 범행으로 여러 피해자의 삶이 송두리째 무너졌고, 보이스피싱 범죄는 사회 전체에 심각한 해악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하며, 그에게 징역 3년 6개월이라는 중형을 구형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피해자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고, 무지로 인해 사건에 휘말린 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다"며 눈물로 호소했고, "기회를 주신다면 좋은 연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이루고 싶다"며 재판부의 관용을 구했다.
이 사건의 향방을 가른 것은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단의 평결이었다. 8명의 배심원은 만장일치로 A씨의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이러한 배심원단의 의견을 존중하여 최종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피해자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끼치고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전제하면서도, "피고인의 범행 가담 정도와 피해 규모, 그리고 반성하는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결국 배우의 꿈을 꾸던 한 청년의 눈물 어린 호소와 배심원단의 온정적 판단이 더해져, 1억 원대 사기 범죄에도 불구하고 실형을 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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