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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 알고 보니 미세플라스틱 ‘주범’

기사입력 2025.06.24. 오후 03:21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이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리병에 담긴 탄산음료, 맥주, 청량음료 등에서 플라스틱병(페트병)이나 금속 캔에 담긴 음료보다 최대 50배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유리병이 더 위생적이고 안전하다’는 일반적인 통념을 뒤집는 충격적인 내용으로, 음료 용기의 재질이 미세플라스틱 오염 수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프랑스 내 시판되는 다양한 음료를 대상으로 유리병, 플라스틱병, 금속 캔에 담긴 제품을 비교 분석한 것으로, 레모네이드, 탄산수, 생수, 맥주, 와인 등 여러 종류의 음료가 포함됐다. 결과적으로 유리병 음료 1리터당 평균 약 100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되었는데, 이는 같은 음료를 플라스틱병이나 캔에 담았을 때보다 5배에서 최대 50배 가까이 높은 수치였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식품 성분과 분석’(Food Chemistry) 등에 게재되었다.

 

연구를 이끈 박사과정 연구원 이셀린 샤이브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처음에 유리병이 더 위생적일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과는 전혀 반대였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미세플라스틱의 주된 출처는 유리병 자체가 아니라, 병을 밀봉하는 뚜껑의 외부에 칠해진 페인트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 입자의 크기가 30\~50마이크로미터(㎛)이며, 입자의 모양과 색상, 그리고 고분자 조성까지 뚜껑 페인트와 일치하는 점을 근거로 이를 분석했다.

 

ANSES는 병뚜껑 표면에서 미세한 긁힘 흔적을 발견했는데, 이는 유통 과정에서 병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생긴 마찰 자국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마찰에 의해 벗겨진 페인트 조각들이 미세플라스틱 형태로 병 안쪽으로 떨어져 음료에 혼입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과정이 유리병 음료에서 미세플라스틱 양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음료 종류별로 미세플라스틱 함유량에는 차이가 있었다. 유리병에 담긴 생수에서는 1리터당 약 4.5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으나, 플라스틱병 생수에서는 1.6개에 그쳤다. 반면, 유리병에 담긴 레모네이드는 1리터당 약 40개, 맥주는 60개, 탄산음료는 약 30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발견되어 상대적으로 훨씬 많았다. 반면 와인의 경우 용기 종류에 관계없이 미세플라스틱이 거의 검출되지 않아, 그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 혼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방안도 제시했다. 병뚜껑을 밀봉하기 전에 뚜껑에 공기를 불어 먼지를 제거하고, 물이나 알코올로 가볍게 세척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미세플라스틱의 음료 유입량을 평균 60% 이상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국제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독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치는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ANSES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단정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다수의 선행 연구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체내에 축적될 경우 암, 심혈관계 질환, 생식계 이상, 신경 퇴행성 질환 등 각종 건강 문제와 연관될 수 있다는 경고를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심각하다. 연간 배출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약 900만 톤에 달하며, 이는 전체 폐기물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이런 가운데 음료 용기의 미세플라스틱 오염 문제는 단순히 환경 문제를 넘어 인간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번 프랑스 연구 결과는 플라스틱병이 음료 안전성 측면에서 무조건 나쁘다는 통념을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함을 시사한다. 특히 유리병이 꼭 ‘더 안전하고 위생적’이라고 믿었던 소비자들에게는 놀라운 경고가 되었다. 앞으로 음료 업계와 소비자들은 병뚜껑을 포함한 음료 용기의 재질과 관리 방법에 대해 더 세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한 생산 공정 개선과 함께, 국제적인 안전 기준 마련도 시급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박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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