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종합

15만 명 몰린 ‘2025 서울국제도서전’ 굿즈 열풍에 아쉬움 남아

 2025 서울국제도서전이 6월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성황리에 폐막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추산 약 15만 명이 방문하며 대규모 인파가 몰린 이번 도서전은 ‘믿을 구석’이라는 주제로 개최되어 삶의 위기와 어려움 속에서 책이 주는 위안과 희망을 탐구하는 시간으로 주목받았다.

 

도서전은 행사 시작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지난 12일 온라인 얼리버드 티켓 판매는 개장 전에 전량 매진됐고, 행사 안전을 고려해 현장 판매는 이루어지지 않아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선 암표가 등장하기도 했다. 출협 관계자는 “작년보다 관람객이 늘었고, 부스 운영 업체들도 전반적으로 매출이 호조를 보였다”며 높은 인기와 흥행을 실감했다.

 

행사장 현장은 개장 시간인 오전 10시 전부터 방문객들이 줄을 서며 ‘오픈런’을 이루는 등 열기를 더했다. 올해 도서전의 주제 ‘믿을 구석’은 고난과 위기 앞에서 흔들리는 개인과 공동체가 책을 통해 마음의 안식처를 찾자는 취지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 개막사에서 “불확실하고 힘든 삶에서 책은 언제나 믿음직한 구석이었다”며 도서전이 책의 가치와 역할을 되돌아보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도서전 현장에서는 ‘서로 감정을 나누는 행위’, ‘가족의 사랑’, ‘미래에 대한 희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믿을 구석’을 정의한 관람객들의 글귀가 오가며 따뜻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이번 도서전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평산 책방 부스의 책방지기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문 전 대통령은 18일과 19일 이틀간 도서전을 방문해 축사, 시상식, 시낭송회 등에 참여하며 행사장을 밝게 빛냈고, 그의 등장마다 인파가 몰려 성황을 이루었다.

 

배우 박정민도 출판사 무제의 대표로 도서전 부스를 운영하며 연사로 나섰다. 최근 배우 활동보다 출판 활동에 주력하는 그는 출판사에서 펴낸 ‘첫 여름, 완주’가 베스트셀러로 떠오르며 주목받고 있다. 이외에도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박찬욱 감독, 최강록 셰프 등 다양한 분야 인사들이 방문해 도서전의 다채로움을 더했다.

 

 

 

작가 김기태, 김애란, 김주혜, 장강명, 정보라 등 대중의 사랑을 받는 작가들이 진행한 북토크는 독자와의 소통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며 행사 열기를 이어갔다. 주빈국인 대만 작가 천쓰홍, 천쉐도 한국 독자들과 만나며 국제적 교류의 장을 펼쳤다.

 

하지만 이번 도서전은 아쉬움도 남겼다. 현장 방문객들은 출판사들이 준비한 키링, 티셔츠 등 굿즈가 초반에 빠르게 품절되는 현상에 아쉬움을 표했다. ‘책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출판사 굿즈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진 점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또한 방문객 중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남성 방문객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22일 강연에 참여한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준호 교수는 “남자 화장실이 텅 비어 있어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으며, ‘줬으면 그만이지’ 저자 김주완 역시 “120명 중 남성은 19명뿐”이라고 밝혔다. 이는 도서전이 젊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상대적으로 남성 참여가 저조한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아동 도서에 대한 수요와 관심도 높았으나, 도서전 내 아동 도서 공간이 부족해 아이를 동반한 방문객들이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한 방문객은 “어린이 도서 공간이 너무 적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처럼 2025 서울국제도서전은 전 세계 출판계와 독자들이 모이는 대표적 축제로 자리매김하며 흥행과 관심을 이끌었지만, 참여 구성의 다양성과 공간 배분 등에서는 개선 과제를 남겼다. 한국을 비롯해 17개국 530여 개 출판사 및 출판 관련 단체가 참여해 세계 문학과 출판 흐름을 조망한 이번 행사는 ‘책이 주는 믿음’이라는 주제 아래 많은 이들에게 책과 문학의 가치를 다시금 상기시키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