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종합

“손가락 하나 더 달고" 포용 디자인의 진화 현장, 2025 광주비엔날레

 ‘디자인은 공존이다’라는 선언 아래,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올해로 제10회를 맞이하며 포용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전시 콘텐츠를 대거 공개했다. ‘너라는 세계: 디자인은 어떻게 인간을 끌어안는가’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비엔날레는 오는 8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65일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개최되며, 디자인이 어떻게 타인을 인식하고 감싸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지를 다층적으로 조명한다.

 

총감독을 맡은 최수신 미국 사바나예술대학(SCAD) 학부장은 “유럽과 미국에서 발전한 유니버설 디자인과 인클루시브 디자인 개념을 넘어, 사회 전반의 변화를 이끄는 실천적 디자인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올해 행사에서는 ‘세계’, ‘삶’, ‘모빌리티’, ‘미래’라는 네 가지 관점에서 포용디자인을 해석하며, 기술과 인간 감성, 공공성과 미래 비전을 연결하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1전시관 ‘포용디자인과 세계’에서는 영국 왕립예술대학(RCA) 헬렌 함린 센터가 선보이는 보행 보조기기 ‘롤레이터(Rollater)’가 전면에 나선다.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이동 보조 도구인 이 제품은 전동 스쿠터와 밸런스 보드 기능을 접목해 다양한 연령과 체력을 고려한 새로운 형태의 모빌리티 디자인으로 주목받는다. 기존의 기능 보완 차원을 넘어 이동권의 평등을 모색한 시도로 해석된다.

 

2전시관 ‘포용디자인과 삶’에는 미국 스마트디자인의 대표작 ‘옥소 굿그립 감자칼(OXO GoodGrips Potato Peeler)’이 전시된다. 이 제품은 관절염을 앓는 아내를 위해 디자인됐으며, 누구나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손잡이 디자인이 특징이다. 결과적으로 유니버설 디자인의 상징이 되었으며, 사용자 중심 디자인의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3전시관 ‘포용디자인과 모빌리티’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개발한 ‘볼륨스퀘어(Volume Square)’를 통해 재난 상황에서의 의료 접근성을 극대화한 응급 팝업 병원 시스템을 선보인다. 이 시스템은 전쟁, 감염병, 자연재해 등 극한 상황에서도 빠르게 전개되고 진료가 가능한 의료 인프라로, 포용디자인의 긴급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반영한 사례다.

 

4전시관 ‘포용디자인과 미래’에는 영국 디자이너 다니 클로드(Dani Clode)의 실험적인 작품 ‘세 번째 엄지손가락(Third Thumb)’이 출품된다. 이 로봇 손가락은 사람의 손에 부착되어 발가락으로 제어할 수 있으며, 신체 기능의 확장과 장애 여부를 초월한 인터페이스를 탐구한다. 인간의 신체에 대한 전통적인 관점을 깨고, 포스트휴먼 시대의 기술과 몸의 관계를 묻는 실험적 시도로 주목된다.

 

 

 

전시 외에도 실천적이고 학술적인 프로그램이 대거 마련됐다. 개막일인 8월 30일에는 디자이너, 정책가, 연구자들이 함께하는 국제 심포지엄이 개최되며, 이 자리에서 ‘광주 포용디자인 매니페스토’가 발표된다. 이는 향후 글로벌 포용디자인의 선언적 기준으로 기능할 전망이다.

 

또한 젊은 디자이너들의 실험 무대도 열린다. 디자인 전공 대학생들이 3일간 현장에서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72시간 포용디자인 챌린지’가 진행되며, 광주송정역을 대상으로 한 ‘도시철도 포용디자인 프로젝트’도 눈에 띈다. 해당 프로젝트는 특히 노약자와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시민이 직관적이고 효율적으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안내 체계를 제시하며, 완성된 결과물은 3전시관에서 전시된다.

 

이번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이나 제품 디자인을 넘어, 사회 구조 속에서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총체적으로 드러내는 자리가 된다. 조직위는 “디자인의 본질은 인간이 마주한 공동의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라며, “올해 비엔날레는 기술과 감성, 공공성과 미래가 만나는 ‘사회적 디자인’의 새로운 지형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포용, 연대, 공존.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이 세 단어를 바탕으로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에 다시 질문을 던지며, 전 세계인에게 ‘너라는 세계’를 초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