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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러 밀착 가속.中왕이 "'불량배'에 침묵하면 끝장나"

 중국의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이 브릭스(BRICS) 외교장관 회의에서 미국의 무역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브릭스 국가들의 단결과 다자무역 체제 수호를 촉구했다. 29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주임은 2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브릭스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최근 미국이 자유무역 원칙을 저버리고 관세를 무기 삼아 각국에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은 오랜 기간 자유무역의 중심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었지만, 이제는 관세를 조건으로 삼아 다른 나라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태에 침묵하고 양보한다면 불량배가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될 뿐"이라고 경고했다.

 

왕 주임이 언급한 '바링(覇凌)'은 약자를 괴롭히거나 왕따시키는 행위를 뜻하는 표현으로,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했을 때부터 중국이 미국의 무역정책을 비판하는 데 사용한 용어다. 당시에도 중국은 미국을 국제사회의 '불량배'로 지목하며 비난을 이어갔다. 왕 주임은 이날 회의 발언을 통해 브릭스 국가들이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에 단호히 반대하고, 규칙에 기반한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무역체제를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브릭스 국가들은 다자무역의 핵심 가치와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하며, 무역 자유화와 편리화를 적극 촉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왕 주임은 또한 브릭스 외교장관 회의 중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와 별도로 회담을 갖고, 미국의 '패권주의'에 맞서 브릭스 국가들이 더욱 굳건히 단결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국제사회에서는 일방주의와 다자주의 간 대결이 심화되고 있으며, 패권을 옹호하려는 세력과 이를 저지하려는 세력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브릭스 국가들의 단결과 협력은 그 전략적 가치가 한층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정세에는 여러 가지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 간 상호신뢰와 지원은 변함없다"며 두 나라 간의 긴밀한 협력을 거듭 확인했다.

 

왕 주임은 브릭스 창립 회원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브릭스 체제 내에서 조정과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광범위한 개발도상국 및 신흥 경제체와의 단결을 심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라브로프 장관 역시 왕 주임의 발언에 동의하며 "급변하는 국제 환경 속에서 러시아와 중국 간 긴밀한 상호작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교부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특히 양국 간 주요 정상 교류를 준비하는 작업을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내달 모스크바에서 열릴 전승절 80주년 행사와 9월 베이징에서 열릴 항일전쟁 승전 80주년 행사에 대해 언급하면서, 두 나라가 서로의 주요 기념행사에 적극 협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하기를 고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관련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9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승전 80주년 행사에도 러시아가 적극 협력하고 참석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두 장관은 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과 한반도, 이란 핵 문제 등 주요 국제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해서는 러시아 측이 최신 상황을 공유하고, 양국이 긴밀한 외교적 조율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이는 양국이 단순히 경제나 무역 분야를 넘어 외교·안보 이슈에서도 긴밀한 연대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브릭스 외교장관 회의는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정상회의 이후 첫 번째 주요 회동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브라질, 인도, 남아공,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확대된 10개국 체제 하에서 개최됐다. 왕 주임과 라브로프 장관은 이러한 확대 브릭스 체제가 기존 G7 중심의 서방 주도 국제질서에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하며, 향후 브릭스 내 협력 강화를 위해 공동 노력을 이어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중국 외교부는 회의 직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브릭스는 다극화 세계의 중요한 건설자이며, 각국의 평등과 공동 발전을 촉진하는 데 있어 중요한 플랫폼"이라며 "브릭스 국가들은 일방주의, 보호주의, 패권주의에 반대하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주임의 이번 발언과 외교 행보는 미국과 서방의 압박 속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포함한 비서방권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새로운 국제 규범 형성을 주도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